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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도 아닌 오늘 고로쇠 물 빼러 갔다가 산적(山賊)한테 당했다.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고로쇠 물이 많이 나와서 이나무 저나무 다니면서
신나게 옮겨담고 있는데... 어? 나무에 박아 둔 비닐봉지가 통채로 없다.
나무 구멍에선 고로쇠가 밖으로 그냥 흐르고 있고....
처음엔 바람에 날려 가 버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세 군데 나 없어졌고
남아있는 비닐봉투에도 누군가 물을 빼 내고 다시 묶어 놓았는데
내가 묶은 것 하고는 영 딴 판이다.
쉽게 말하자면 누군가가 내 고로쇠 영역에 침범해서
나무에 박혀있는 비닐봉투 석 장을 빼내서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저렇게 가득채워 가 버린 것이다.
산에서 도둑질 했으니 분명 산적은 산적인데 어떤 놈인지 궁금하다.
등산객도 안 다니는 외진 곳이라 등산객은 아닐 것 같고
마음먹고 온 놈이나 어쩌다 지나가든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좀 마시고 가든지 가져 온 용기에 담아갔으면 좋았을 걸
굳이 나무에 박힌 비닐 봉투까지 훔쳐 간 소행이 괘씸하다.
고로쇠 물이 적을 줄 알고 통을 하나밖에 안 가지고가
저렇게 비닐에 모아 묶어서는 어깨에 둘러메고 한 손엔 통 들고
집수통 까지 두번을 왕복하고나니 몸은 힘들어도 수확의 기쁨으로
기분은 솔솔하게 즐겁다.
까짓꺼 잃어버린 고로쇠야 적게 나온 셈 치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