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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봄의 맑음이 언제 광풍이 지나갔는지 모르게 감추고 있지만
원두막에 뒤집어 진 바닥 스치로폼은 숨기지 못한다.
그 동안 미뤘던 고춧대를 뽑고 찟어져 퇴색한 비닐을 벗기고
끝없는 농사꾼의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몸 보다 앞서가는 마음만 바쁘다.
메마른 인정에 기계덕 조차 못보고 수십전에 어쩔수없이 하던 수작업으로
한고랑, 두고랑 만들어나가는 인고의 농사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마음도 그 시절로 돌아감인지 모르지만....
한 포기에 4~5천원하는 배추값이 부담스러워 여름배추를 심어보자는
집사람의 의견에 솔깃은 하지만 농약 안치고 여름배추를 키운다는게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걸 아는 내 입장에선 선뜻 동의하기가 부담스럽다.
비록 농약 친 배추인줄 알면서 사 먹는한이 있어도...
적지만 내려 준 단비 덕분에 한결 부드러워 진 흙에 바쁘게 넣어야 할
강낭콩, 옥수수, 조선오이, 호박 씨에 대파모종도 심어야 하고...
지나간 흔적을 감추지 못하는 광풍처럼 내 일상의 흔적을
씨앗과 함께 땅속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