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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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짐승이야 일러 무삼 하리오.... 1479.

혜 촌 2010. 7. 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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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이 서서히 적응을 해가는지 한 놈은 벌서 마당에 까지 나와서

운동도 하고 풀도 뜯어먹고 하는데 천성을 버리지는 못하는지

다른 한 놈은 집안에서 부질없는 공사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닭 집 안에서 나오지도 않고 이곳에 파다가 안되니 저곳에 파고 서너군데 구멍을

파 보더니 내가 미리 예견하고 울타리 전체에다 땅을파고 묻어 둔 블록이

또 나오니까 포기하는 줄 알았는데 기어히 닭장과 운동장 사이의 블록을 파고는

저렇게 구멍을 뻥~ 뚫어 놓았다.

저곳에는 블록을 땅에 안 묻어둔 걸 알아 내는것도 신기하지만

기어히 구멍 한 개를 파고야마는 집념은 가히 표창감이다.

 

 

그래도 나는 지놈들이 임신했다는 말 만 믿고 조용히 휴식이나 취하면서

태교나 하라고 황토방 만드는 그 바쁜 틈새에도 있는 나무 대충챙겨서

근사한 목조주택(?)을 지어 주었는데 성의도 무시하고 소득도 없는 완전 중노동을

하고 있었으니 뱃속에 있는 새끼들이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두놈 다 새끼를 낳아주면 다행이지만 만약 땅굴 판 놈이 새끼를 안 낳기만 하면

최우선적으로 토끼탕 명단에 올려 둘 것이다.ㅎ

 

아침 저녁으로 뽕잎 따다주지 신냉이 꺾어다 주지 기분내키면 케일도 몇 잎씩

서비스하지 칙사대접을 거절하고 도망 갈 구멍이나 파는 놈은

지구를 일찍 떠나는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긴 뭐 사람도 내가 보내는 사랑을 안 받아주는 일이 허다한데 

말 못하는 짐승이야 일러 무삼 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