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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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사회통념에 묶여.... 1490.

혜 촌 2010. 7. 2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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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게로 밭에 자주 못갔드니 조선오이 줄기가 제 멋대로 땅을 기어다니며

닥치는데로 칭칭감아 제끼는 바람에 고추랑 상추가 죽는다고 난리가 나서

늦었지만 대나무로 유인대를 만들어 세워주었다.

 

그 댓가로 요놈들이 생겼는데 보통놈들이 넘는다.

저 파란것들이 정상적인 조선 오이고 나란히 있는 놈들이 두배로 큰 "노각"이라 부르는데 

노각보다 두배로 더 큰 저 위에 놈은 비 정상이다.

너무 크서 일반오이의 너댓배는되니....

 

내가 심은 오이가 얼마나 자라서 날 기다리는지도 모르고 밥 먹을 때 마다

뭐 시원한 반찬 없을까?...하고 꾸역꾸역 먹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심은 오이가 저렇게 자라있었을 줄이야....

 

바쁘다는 핑게, 내가 심었다는 이유, 너무 잘 아니까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챙겨주지 못한 마음이 아려온다....

 

내가 사는 방법에도 혹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까?...하는 우려와

회한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다시한번 돌이켜 봐 진다.

믿음이라는 거, 약속이 아닌 나 혼자만의 믿음으로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 하였던지

막연한 사회통념에 묶여 외면하진 않았는지...

 

하긴 내가 지금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처지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외면 당하고

나 혼자만 좋다고 상대방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저 조선오이 놈 성질도 나 닮았는지 속으로만 채우고 밖으로

표현을 안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