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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가을이 주렁주렁 매달린채 추석을 기다린다.
올해 유난히 빨리익은 단감나무 한그루가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데
때 마침 추석이 코 앞이라 나눠먹기는 안성마춤이다.
그렇지만 모든 과일에 농약을 쳐서 굵고 반질반질한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세상에
자연 그대로 키운 볼품없는 내 단감이 왜소하고 못 생겨서 나눠주기가
부끄럽고 죄송한 건 왠지 모르겠다.
자연산이라 떳떳하고 당당해야 할텐데....
막상 단감 자신은 당당하고 떳떳한데 그 주인인 내가 그런 마음이 드는 건
허세와 위선에 찌들린 내 마음이 아직도 속세의 번지르한 외모 지상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이렸다.
바꿔야 하는데, 버려야 하는데.....
그랬기나 말았기나 맛 하나는 기똥차서 껍질채 씹어먹어 본 며느리가
연신 탄성을 지른다.
"아버님 맛있어요! 진짜 맛 있어요!!..."
외형이 아닌 맛과 영양으로 승부하는 유기농 식품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그걸 키우는 내 마음엔 아직도 굵고 예쁜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걸 어쩔 수 없다.
나이가 들어도 헛 들은건지 생각이 모자라고 소심한건지...원.
차례상에 올라 온 단감 맛 조상들은 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