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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씻어 간 파란하늘에 불쑥 커 버린 두릅들이
내 그리움 처럼 매달려 있다.
물기 머금은 대지에 내려쪼이는 햇살이 두릅을 더 이상 방치하면
늙어버려 못 먹게 될 것 같아 사다리를 들고 수확을 시작했다.
그러나 밭 둑 비탈이라 제대로 사다리를 사용한 곳은 한 곳 뿐
가시에 찔려가며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가지를 뿌러터릴 수 밖에.....
두릅을 따면서도 참 인연이란 묘한 것이구나 싶다.
이 많은 두릅을 집에서 다 먹기엔 그렇고 오늘 같은 날 누군가
손님으로 오시기 만 한다면 듬뿍 선물로 나눠줄텐데...싶어.
사람이 그리운 산촌이다 보니 어쩌다 손님이 오면 그 날이 네겐 장날이다.
사람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원두막에서 술 한잔 걸치면 더욱 좋지만
오신 손님 그냥 보내기 싫어 제철에 나는 무엇이든 맛 보라며
조금씩 챙겨 보내는 그 보람이 산촌에 사는 진정한 맛이니까....
저렇게 많은 두릅을 보면 가까히있는 지인들은 "내 좀 주지.."하고
욕 할지 모르지만 나는 싫다.
가까히 있으면서 저거는 한번도 안 와주니까...
오기만 해 줘도 얼마든지 챙겨 줄텐데 가져다 주기를 바라는게 미워서.ㅎ
그렇다고 멀리있는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낼려니 아무래도
생물이라 신선도가 떨어질 것 같고 시중에 흔 한 것들이라 값어치도 그렇고...
하긴 키우는 마음, 보내는 마음과 받는 마음, 먹는 마음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좋은 인연이 되는 것인데.....
두릅 수확을 끝 낸 봄 하늘이 너무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