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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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놈들이라도 맛 있게 먹어라!.... 1529.

혜 촌 2011. 2. 2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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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 고로쇠 물 나오는 최적기라서 이틀에 한번 꼴로 산에 오르는데

고로쇠 물 빼는 재미보다 더 한 즐거움이 하나 생겼다.

농장에서 출발할 때 부터 집사람과 내 뒤를 쫄랑거리며 따라오는 갑돌이와 갑순인데

요놈들 재롱이 보통이 아니다.

 

물론 쉴때마다 집사람이 배낭에서 꺼내주는 간식꺼리에 녹아 난 탓이겠지만

눈에 푹푹 빠져가면서도 따라다니다간 잠시 쉴때는 어김없이 달려 와

집사람 배낭에 매달린다.

간식꺼리 좀 달라고...

 

간식이래야 설에 만들어 먹다남은 강정이나 떡, 안주용 땅콩 부스러기, 유통기한 지난 라면등인데

두놈이 서로 많이 먹을려고 아양을 떠는 모습이 산속의 피로를 확 풀어주는 청량제다.

다 먹고나면 서로 어울려 다니면서 온갖 장난을 다 치는데 지가 무슨 산속의 대장인 것 처럼

바위에서 폼을 딱 잡는 저 갑순이를 누가 유기견 출신이라 할 것인가...

 

이 나무 저 나무에서 방울 방울 모인 고로쇠를 모아 낑낑거리며 들어다간

집수통에다 다섯 통을 부어놓고 신나게 산을 내려와서 농장 옆 최종 집수통 뚜껑을 여니

어라? 물이 반도 안된다.

 

겨우 두통을 받아채우고 아직 덜 내려왔나?하고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이다.

아차! 어딘가에 또 문제가 생겼구나....

 

고로쇠 호스를 따라 역으로 산을 오르는데 삼분의 일 지점의 호스가 저 모양이다.

날씨가 워낙 따뜻하니 호스끼리 연결했던 부위에 테프가 녹아 늘어진채

아까운 고로쇠가 아직도 새고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도 이렇게 당했는데....

 

끓어오른 분노도 잠시 어차피 자연에서 얻은 물 자연으로 돌려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까지 또 따라 온 갑돌이 갑순이는 땅에 흥건한 고로쇠 물 빨아먹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 니놈들이라도 맛 있게 먹어라!.

어차피 인생이란 공수래 공수거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