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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첫 눈이 내렸다.
늦은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서설(瑞雪)이 금새 장독간을 하얗게 덮었다.
바람과 함께라서 많이 날려 가 버렸지만....
새해라고 연신 울어대는 전화벨 소리와 복 많이 받으시라는 문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것도 불편해서 천년을 거슬러 돌아 간 석굴암에는
인파에 밀려 은둔 해 버린 오래된 부처가 그 많은 중생들의 소원 하나 하나를
귀담아 듣는다고 귓볼이 늘어질데로 늘어져있다.
구름에 얼굴을 가려버린 햇님을 대신해
구름 스스로가 눈이되어 만들어주는 하얀세상....
새해가 주는 선물은 순백(純白)이다.
그리고싶은 모든 그림을 마음대로 그려보라는 희망과 자유다.
눈 녹듯 비워줘야 하는 여백이기도 하고.....
겨울 눈 녹은 자리와
봄 목련 꽃 떨어 진 자리같이 추하지는 말아야 할텐데....
님 떠난 자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