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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좀 와야 될텐데 가믐이 생각보다 심하다.
김장배추 중에서도 제대로 자라 속이 거의 들어 찬 놈들마저
사진에서 보듯이 잎 끝이 노랗게 말라 들어간다.
제 때에 심어 겉 보기에는 튼실 해 보이는 배추가 저 모양이니
조금 늦게 심거나 죽은 자리에 보식을 한 놈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아침 이슬 있을 때 만 생기를 좀 머금었다가
낮 동안에는 잎이란 잎은 다 늘어뜨리고 헤벌레~ 해 있으니
배추가 자라는게 아니고 목숨 붙어있기도 힘겨워 보인다.
처음 산촌에 들어와서 동네 어르신 한테
"동네 물이 다 말라도 이 골짜기 물은 아직 한번도 마른적이 없다"길래
인수받은 산수(山水)도 내려오긴 오는데 양이 엄청 적어졌다.
노인네 오줌줄기 처럼 쫄쫄 거리고....
산수라도 충분하면 배추밭이 물이라도 계속주면 좋으련만
그마저 부실하니 이제 믿을 건 하늘 뿐인데 믿어도 될랑가 모르겠다.
쑥쑥 자라던 배추가 가믐으로 성장을 멈춰 버리니
김장은 걱정도 하지말라며 큰 소리 빵빵 처 놓은 내 처지가 묘하게 꼬인다.
다 자란 배추 만으론 겨우 우리김장은 되겠지만
여기저기 나눠주려든 배추는 어린 놈들이 쑥쑥 자라주어야 하는데...
세상이 하 수상하여 사람을 안 믿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젠 하늘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