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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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 했는데.... 1017.

혜 촌 2008. 10. 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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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좀 와야 될텐데 가믐이 생각보다 심하다.

김장배추 중에서도 제대로 자라 속이 거의 들어 찬 놈들마저

사진에서 보듯이 잎 끝이 노랗게 말라 들어간다.

 

제 때에 심어 겉 보기에는 튼실 해 보이는 배추가 저 모양이니

조금 늦게 심거나 죽은 자리에 보식을 한 놈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아침 이슬 있을 때 만 생기를 좀 머금었다가

낮 동안에는 잎이란 잎은 다 늘어뜨리고 헤벌레~ 해 있으니

배추가 자라는게 아니고 목숨 붙어있기도 힘겨워 보인다.

 

처음 산촌에 들어와서 동네 어르신 한테

"동네 물이 다 말라도 이 골짜기 물은 아직 한번도 마른적이 없다"길래

인수받은 산수(山水)도 내려오긴 오는데 양이 엄청 적어졌다.

노인네 오줌줄기 처럼 쫄쫄 거리고....

 

산수라도 충분하면 배추밭이 물이라도 계속주면 좋으련만

그마저 부실하니 이제 믿을 건 하늘 뿐인데 믿어도 될랑가 모르겠다.

 

쑥쑥 자라던 배추가 가믐으로 성장을 멈춰 버리니

김장은 걱정도 하지말라며 큰 소리 빵빵 처 놓은 내 처지가 묘하게 꼬인다. 

다 자란 배추 만으론 겨우 우리김장은 되겠지만

여기저기 나눠주려든 배추는 어린 놈들이 쑥쑥 자라주어야 하는데...

 

세상이 하 수상하여 사람을 안 믿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젠 하늘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