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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로 주춤했던 풋고추들이 며칠 햇살이 두터웠다고 부지기수로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눈에 보이게 굵어진다.
가을이 가까히 왔음을 느끼는가 보다.
따고나도 달리고 또 따도 달리고....
풋 고추 자라듯이 일 꺼리 밀려있는 일상이지만 예전같이 조바심이
생기지는 않는 걸 보면 내가 맛이 갔거나 건강이 맛이갔거나
초보 농사꾼을 벗어났다는 이야긴데 어느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긴 세 가지가 다 맞는지도 모른다.
죽으라고 일 해서 가꿔 놓아야 아무도 들여다 봐 주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맛이 갈 때도 되었고 심장수술에 스턴트 세개나 박았으니
젊을 때 처럼 팔딱거리며 일 할 수준도 아니어서 건강도 맛이 갔을테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밭 일을 더 한다고 눈에띄게 수확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밭 모양이 좀 보기좋은 정도라는 걸 다년간의 경험으로 터득 한 터라
파다닥 거리지 않음이 초보는 벗어났다는 증거일 터.....
빨간고추 만들어도 지독하게 맵지만 않으면 풋고추 따 낸다고 생똥도 안 싸고
태양초로 만들어 여기저기 나눠주며 인심이나 얻을텐데
무슨놈의 기후가 아무리 안 매운 고추모종 사다 심어도 매워지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아삭이 고추마저 매울 정도니까....
나는 물러 빠져서 사람좋다고 난리인데 내 고추는 왜 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