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런 봄이 산촌의 쑥을 저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미 왠만한 곳에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나 쑥국 으로
입맛을 추스리기도 하지만 이곳에선 아직도 일장춘몽을 꾸고있는
쑥 뿌리를 두 소쿠리나 캤다.
"고로쇠 말고는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쑥 뿌리나 좀 캐 오소"
푹~ 고와서 그 물에 적당량의 감초를 넣고 다시 끓여서 먹어면
온갖 성인병에도 좋고 특히 술 많이 먹는 내 위장에 그렇게 좋다며
딴 짖 하지말고 캐라는 집사람 엄명에 순종이 평화라....
처음에는 호미로 땅을 뒤집어가며 캤는데 어쩌다 쑥 뿌리를
살살~땡기며 손을 털털~ 털어주니 의외로 다른 뿌리까지 쑥쑥~ 딸려 나온다.
무엇이든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기라.....ㅎㅎ
집에 가져가서 씻을려면 수도료가 쑥 물 값보다 훨~ 더 나오겠기에
큰 "다라이"에다 처박아 놓고 산수로 계속 씻어면서 하나하나 골라내는데
아! 요게 장난이 아니다.
뿌리 속 흙이야 물에넣고 흔들면 떨어지는데
뿌리마다 썩은 부분을 일일히 가위로 잘라내고
따라 온 티끌 하나하나 다 줏어낼려니 내 인내의 한계를
훨씬 벗어 난 고난도 작업이다.
오금도 아프고 허리도 묵직하고 손도 물에 퉁퉁 불은데다
짜증이 슬슬 기어오르는 찰나
울산 지인이 "임형! 한잔하러 갑시다!"....
구세주가 따로있나 요게 바로 하늘의 뜻이라 생각 안 하면 지가 바보탱이지....ㅎ
집사람 시킨 업무(?)를 반 만 해 놓고도 이렇게 즐거운게
산촌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기싫은 일을 안 할수는 없어도 하다가 못하면 내일 하면 되니까....
내일 못 하면 모레하지 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