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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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못 하면 모레 하지 뭐.... 1116.

혜 촌 2009. 2. 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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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런 봄이 산촌의 쑥을 저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미 왠만한 곳에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나 쑥국 으로

입맛을 추스리기도 하지만 이곳에선 아직도 일장춘몽을 꾸고있는

쑥 뿌리를 두 소쿠리나 캤다.

 

"고로쇠 말고는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쑥 뿌리나 좀 캐 오소"

푹~ 고와서 그 물에 적당량의 감초를 넣고 다시 끓여서 먹어면

온갖 성인병에도 좋고 특히 술 많이 먹는 내 위장에 그렇게 좋다며

딴 짖 하지말고 캐라는 집사람 엄명에 순종이 평화라....

 

처음에는 호미로 땅을 뒤집어가며 캤는데 어쩌다 쑥 뿌리를

살살~땡기며 손을 털털~ 털어주니 의외로 다른 뿌리까지 쑥쑥~ 딸려 나온다.

무엇이든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기라.....ㅎㅎ

 

 

집에 가져가서 씻을려면 수도료가 쑥 물 값보다 훨~ 더 나오겠기에

큰 "다라이"에다 처박아 놓고 산수로 계속 씻어면서 하나하나 골라내는데

아! 요게 장난이 아니다.

 

뿌리 속 흙이야 물에넣고 흔들면 떨어지는데

뿌리마다 썩은 부분을 일일히 가위로 잘라내고

따라 온 티끌 하나하나 다 줏어낼려니 내 인내의 한계를

훨씬 벗어 난 고난도 작업이다.

 

오금도 아프고 허리도 묵직하고 손도 물에 퉁퉁 불은데다

짜증이 슬슬 기어오르는 찰나

울산 지인이 "임형! 한잔하러 갑시다!"....

구세주가 따로있나 요게 바로 하늘의 뜻이라 생각 안 하면 지가 바보탱이지....ㅎ

 

집사람 시킨 업무(?)를 반 만 해 놓고도 이렇게 즐거운게

산촌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기싫은 일을 안 할수는 없어도 하다가 못하면 내일 하면 되니까....

 

내일 못 하면 모레하지 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