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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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라는 껍질만 벗어버리면.... 1355.

혜 촌 2009. 12. 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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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유일하게 나를 도와주는 요놈도 늙어서 배가 갈라지고

한쪽 바퀴는 빵꾸가 나서 절름발이 신세로 제 기능을 못하고있다.

나하고 인연을 맺은지 5년이 조금 넘지만 그동안 참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저놈이 아니었으면 그 많은 소똥거름과 배추들을 어떻게 혼자 다 날랐을지

생각만으로도 고마운 놈인데 이제 서서히 제 수명을 다 하고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질때가 된 것이다.

 

 

겉 보기보다 속은 더 엉망인데 삭아지고 찢어지고 병든 모습이 안타깝다.

 

하긴 뭐 저놈만 탓하고 측은해 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저놈이 저정도 되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고 땀 흘려 온 내 모습도

남들이 볼 땐 저놈과 비슷한 신세가 되어있을것 같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봄에 서툰 인간의 속성이지만 내 자신이 저런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자존심이 더 현실을 왜곡하지나 않을까 두렵다.

 

그래도 열심히 함께 나를 도와주고 제 딴에는 치열하게 살아 온 저놈을

폐기처분하려니 기분이 묘 하다.

정이 들었음이겠지....

 

저놈은 돈 만 들이면 꼭 같은 놈 새것으로 바꿀수나 있지만 아무리 돈을 들이고

공덕을 쌓아도 다시 새것으로 바꿀 수 없는 내 처지가 오히려 서글퍼다.

나 라는 껍질만 벗어버리면 영원히 자유로울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