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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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나지 않는 선녀 탓인지.... 1323.

혜 촌 2009. 11.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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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춥다.

낮이라도 영상 2도밖에 안되는 날씨라서 생각보다 추운데다 김장 끝 낸

황량한 농장 모습이 더 몸과 마음을 오그라들게 한다.

 

게다가 농장입구에 있는 감나무엔 잎은 다 떨어지고 감 만 달랑 다섯개가 달려있는게

한 없이 불쌍해 보인다.

저 나무엔 봄부터 다섯개가 달린 채 그대로 홍시가 되어가는 중인데 일부러 그냥 두고있다.

어느 선녀라도 먼저와서 따 먹어라고....ㅎ

 

때가 때 인지라 추울때도 되었지만 김장을 마치고나니 더 추운 느낌이드는 건

아마도 마음의 긴장이 풀린 탓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또 어떻게 눈치 챘는지 집사람이 전화해서 하는 말

"가게에 난로 피우구로 나무하고 불쌀게 좀 해가 오소"...한다.

 

자칭 선녀 기다리는 나뭇꾼이란 내가 본업을 무시하고 한 여름동안 탱자탱자 하고

잘 놀았으니 이제부터라도 본업에 충실해야지 도리가 있나....

찍 소리도 못하고 황토방 부엌에서 비축 해 두었던 불쌀개 챙기고

봄에 울산 지인이 집지을 때 챙겨두었던 나무토막 한 자루 넣어두었는데

저놈들 떨어지면 영락없이 산속을 헤매야 할 팔자다.

 

어찌보면 나무하는 나뭇꾼이 당연히 정상일텐데 망설여지는 마음이 생기는건

체력 탓인지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산에가서 아무리 나무를 해도 나타나지 않는 선녀 탓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