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카테고리 없음

나는 무거워 죽겠는데.... 1523.

혜 촌 2011. 2. 2. 07:50
728x90

 

 오랫만에 날씨가 정상을 찾아 따뜻하길래

만들어 두었던 고로쇠 봉지를 들고 산에 올라 작업을 시작했다.

얼어버린 산수(山水)도 뚫을 겸....

 

겨우내 방치되었던 농장옆의 고로쇠 저장통부터 정비를 하고

호스를 따라 길도없이 비탈 진 산을 오르는데

언젠가 끊어져 아까운 고로쇠 두 통을 다 버렸던 그곳이 또 끊어져있다.

 

한 참을 다시 연결하고 있는데 갑돌이와 갑순이가 쫄랑거리며 따라 올라온다.

집에서는 산에 가자고 그래도 안 오든 놈들이 무슨 마음이 내키었는지

잔설(殘雪)이 남아있는 이곳까지 왔는지 기특하고 귀엽다.

 

 얼어서 막힌 산수 호스 뚫어랴 고로쇠 봉지 나무에 꼽으랴

내 딴에는 생 고생을 하고있는데 생전 처음으로 깊은 산속까지 따라 온

두 놈은 무척 힘이들었는지 중간에서 두번이나 죽치고 앉아서 꼼짝을 안 한다.

 

몇번을 부르고 달래서 데리고 내려오는데

세번째는 아예 저렇게 자리를 잡고 들어누워 야숙이라도 할 폼이라

그냥 두었다간 밤 새 무슨일을 당할지 알수도 없고...

 

산수도 반 밖에 못 뚫었고 고로쇠도 30 % 밖에 못 꼽았지만

무슨 산삼이라도 캐 모시고 오는 것 처럼 저렇게 안고 내려 올 수 밖에...

 

오로지 주인을 믿고 따라 온 어린 생명들의 믿음에 신뢰가 갔는지

나는 무거워 죽겠는데 지놈들은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하산을 즐긴다.

 

꼭 안긴 두놈의 체온이 선녀 품 처럼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