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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김치 냉장고 청소하다고
지난 가을부터 보관하던 밤을 꺼내어
마음대로 처분 좀 하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밤이 썩어서 버렸는데
이젠 다 못 먹고 남아서 버려야할 형편이지만
아까워서 깍기는 하는데 여간 힘드는게 아니다.
깍기가 힘들어 그렇지 깍아놓은 알밤은
적당히 건조되서 그런지 달콤하기 그지없다.
깍다남은 작년 밤과 원두막 옆에가서
오늘 주어 온 햇밤인데 색깔부터 틀린다.
지천에 햇밤인데 묵은밤을 힘들게 깍고 있는건
아까운것도 있지만 맛이 틀리기 때문이다.
햇 밤은 싱겁고 묵은밤은 고소하고....
가을에 밤 주워 모을 땐 하얀 겨울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군밤을 해주기 위함인데
지난핸 준비한 밤보다 손님이 적게 온 탓으로....
묵은 밤이 맛있듯 오래된 인연이 좋은 법인데
갈수록 멀어지는 인연들이 안타깝다.
밤을 나눠줄껄 보관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