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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내린 겨울비가 느티나무 가지에 그리움으로 맺혀있다.
오는 듯 마는 듯 하루종일 촉촉하게 내리는 비에 마음까지 다 젖어버린터라
뜨끈뜨끈한 황토방도 무용지물이다.
껍데기 몸 만 데우지 속 마음은 어쩌지 못하니까....
사람이 그리워도 사람의 체온이 그리워도 긴 인고(忍苦)의 계절 겨울에는
특히 비가내리는 오늘같은 날이면 속수무책이다.
오늘따라 임천선생도 모임이 있다고 읍내로 나가버려 막걸리 한사발
같이 할 친구도 없는데 하늘마저 뽀얀 막걸리 색갈이다.
호젓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 동네에서 떨어 진 이곳에다 자리를 잡았지만
이런날이 제일 곤혹스럽다.
맑은날에야 산으로 밭으로 나가 자연과 함께 놀기도 하고 묻히기도 해
모르고 넘어가지만 비가 내리면.... 그냥 혼자일 뿐이다.
몸이 편하면 마음이 풀린다고 할 일이 없으니 심심하다고 투정하는 내 꼴이
조카놈 어릴 때 하고 꼭 같다.
하도 울어서 밉다고 내버려 두었더니 울다울다 하는 말이
"누가 내 좀 안달래주나!!"하고 계속 울던 그 조카놈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