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카테고리 없음

깜깜한 정월 대 보름날 밤은 깊어.... 1533.

혜 촌 2011. 2. 17. 21:16
728x90

 

정월 대보름...

집사람과 내가 먹은 아침상이다.

다섯가지 나물에 김, 그리고 동태찌게.

귀 밝기 술 한잔은 당근이고....ㅎ

 

오후부턴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다는 예보와는 달리

하루종일 비도 아닌것이 눈은 더욱 아닌것이

오는것도 아니고 안 오는것도 아닐만큼 추적추적 내리는데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동네에 나가다가

농장에서 10미터도 못 벗어난 지점에서 사륜구동인 내차도 미끄러져

탈출해서 돌아오는데만 한 20분 씨껍을 했다.

 

옛부터 대보름 날에는 개한테는 밥도 안 주고

소 한테만 쌀밥을 해 먹인다는 건 개는 평소에도 빈둥거리고 집만 지키고 놀지만

소는 대보름이 지나면 농삿일을 시작해야하니까 잘 먹이라는건데

그렇다고 돌쇠랑 갑돌이 갑순이 굶길수는 없고....

 

평소같으면 귀밝기 술 한잔하자고 전화가 오거나 내가 했을텐데

내가 못 나가는 걸 동네에서 눈치챘는지 아니면

내 인기도 하향길로 접어든건지 오늘따라 조용하다.

 

깜깜한 정월 대 보름날 밤은 깊어가는데

복분자 술잔에 뜬 형광등을 님의 모습인양 가슴으로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