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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비가 왔다.
저렇게 말랐던 여울이네 논에도 상추고랑, 고추고랑에도...
장마...
지루하고 텁텁하고 짜증나던 그 장마의 시작이라는데
그래도 비가 내리니 반갑고 고맙고 즐거울 뿐이다.
소식없던 선녀가 찾아 온 것 처럼...
목이말라 축 늘어졌던 채소들이 진주처럼 반짝이는 빗물을 머금고
금새 생기를 되 찾는 모습은 경이로움이다.
이미 식어버린 줄 알았던 피가 뜨거움으로 용솟음치고
흐릿해진 눈 망울이 초롱초롱한 생기로 반짝이는 나뭇꾼의
선녀맞이 처럼...
거스럴 수 없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하는 산촌생활에서
반복되는 인연의 시작과 끝도 순리라는 걸 배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 끝이 다시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거...
목마른 대지를 촉촉히 젹셔 준 비는 왔는데
긴 기다림의 끝은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