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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 있어면 입동(立冬)이라 그런지 가지끝에 달린 고추들의 안간힘이
눈에 보인다.
서리가 오기전에 빨리 익혀 보려고.....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어찌 마음 하나로 막을 수 있으랴.
더 이상 버텨봐야 흉물스럽기만 할 뿐이라 끝물 고추 훓기를 했다.
어린고추와 늙은고추, 여린 잎사귀까지 한꺼번에 다.....
하나, 둘 밭에서 사라지는 채소들의 가짓수가 늘어갈수록 깊어가는 가을의 정감이
산촌생활의 애환과 함께 온 몸에 베어든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야콘은 주말에 비가 좀 내린다음 땅이 물러지면 캐서
지인들과 나눠 먹을려고 생각 중이다.
작년에는 선녀들이 오면 맛 보일려고 따로 보관 해 두었다가 그대로 다 말라
비틀어져서 버린 경험이 있기에 보관의 의미가 없어진 탓이다.
막연한 기다림을 준비하는 아름다움 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정성을
다 하는것이 진정한 대접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되어 퇴색한 기다림에서 벗어 나 자유로운 인연의 만남으로 바꾸고 싶은 계절
깊은 가을의 한 가운데서 끝물 고추같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