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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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도 퇴색되어 가고 있으니.... 1258.

혜 촌 2009. 8. 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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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모종을 심을때는 풍성한 열매를 기대하고 다 심었건만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잡초더미에 갇혀있던 수세미가 이제서야

꽃을 피운다.

 

멋진 덩쿨을 만들어 주렁주렁 달린 수세미 끝을 잘라서 미용에 좋다는

수액을 패트병에 받아서 선녀님께 드리고 싶었는데....

 

비록 제대로 관리는 받지 못한 식물들이라 결실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을, 나 여기있음을 알리는 꽃을 피우는게 애처롭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같다.

 

무농약으로 배추를 키울려니 심어둔지 사흘도 안되서 2백포기나

보식을 하였는데 줄기가 잘려나가고 속 잎을 먹혀버린 모종이 너무 많아

다시 또 100포기는 더 사다 보식을 해야할까보다.

 

죽으면 다시심고 또 죽으면 다시 심다보면 언젠가 벌레에 희생되는

배추보다 살아남는 배추가 더 많아지리라는 무모한 자연농법이

익숙 해 질 때도 되었건만 해마다 마음 아프기는 매 한가지다.

죽어나가는 모종에 마음 아프고 바보같은 나 자신에 마음 아프고....

 

관리 할 시간은 많아도 대상이 없는 도시보다 대상은 많아도

시간이 없는 산촌의 게으런 일상이 익숙해짐일까....

기다림도 퇴색되어 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