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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고 바람부는 산촌이 회색 솜으로 덮여있다.
에미 젖은 안 나오고 사료먹는덴 아직 서툰 강아지들 밥 챙겨주곤
아무 할 일 없는 무료함이 외로움만 키운다.
10여년이 넘어도 항상 초보수준을 넘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비가 온다고 죽치고 있을 수 만은 없는게 기본인지라
한바퀴 휘~ 둘러 본 밭에는 앙증스런 상추가 비를 반긴다.
내 딴에는 고르게 뿌린다고 뿌린 씨앗인데 저렇게 제 멋대로
들쭉날쭉으로 자라긴 하지만....
저놈들 맛 보려면 아무래도 월말이나 되어야 할 모양인데
듬성듬성 자라는 폼이 양은 별로일 것 같다.
부산의 아파트 같은 층 이웃들에겐 5월달 쯤 농장에서 상추쌈에
삼겹살 한번 먹자고 자랑까지 해 놓았는데....
그래도 천금같은 이 비 덕분에 열무며 쑥갓 싹이 보이기 시작하고
요즘 "금자"라는 감자도 싹이 올라왔다.
야콘은 아직 안 보이고....
기다림은 희망이랬든가....
씨앗을 뿌리고 새 싹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마음이나
온다는 언약도 없는 선녀를 기다리는 마음이나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는 나 만의 희망이기에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며 내일을 기다린다.
기다리던 비는 내리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