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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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좀 미안키는 미안타 ....

혜 촌 2019. 4. 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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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저녁 반찬이다.

가늘고 볼품없어 보여도 명색이 6 년근 도라지인데

시원찮은 주인을 만나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불쌍한 낙오병들이다.


따로 반찬을 만들어 먹기는 어중간한 양이고

그냥 버리자니 택도없는 소리라서

아예 생으로 고추장에 찍어 먹기로 했다.




밤새내린 비에 촉촉해진 땅을 뚥고 올라오는

숨어있던 6 년근 도라지 싹을 찾는 보물찾기 끝에

오늘도  다섯놈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요놈들 체포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놈들이

내 저녁 반찬들인데 뿌리쪽 군데군데 상처가

안쓰럽긴 해도 도리가 없었다.


내가 무슨 심마니 출신도 아닌데다 고사리 뿌리가

엉켜있는 땅을 30 센티 가까히 파들어가도

끝이 안보이니 인내의 한계라 잡아 당겼다.

떨어지면 떨어지고 나오면 다행이고 ....


덕분에 반찬거리 생기고 옮겨심은 도라지

새 순이 생생한거 보니 생존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하기야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팔 다리가 잘린

저 놈들이 오래되면 더 약효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좀 미안키는 미안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