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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비가 내리면 천하의 할 일이 다 없어진다.
육신의 움직임이 정지하는 대신 마음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정(靜)과 동(動)의
주체가 바뀌는 날이기도 하다.
바짝 말라가던 모종들에게 감로수가 되듯이 내 마음도 비에 젖어들었는지
일상의 탈출을 감행했다.
모처럼 농장에 온 집사람과 지인내외가 안개 낀 비속의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오리 한마리에 소주 두병이 안개처럼 사라질 때 까지 산촌생활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소일해야 할 미래의 방향설정을 설왕설래 하다보니 내일 오전까지 온다 던 비 마져 그치고
초록빛에 갇혀버린 원두막이 새롭다.
미래의 소일을 위해서 준비하는 황토민박에 대해선 막연한 기대감으로 찾아왔다가
자연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거리가 없는 산촌으로 실망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인근지역의 관광코스와 연계를 시켜야 한다는 지인의 충고와 천편일률적인 관광에
식상한 도시인들이 고향집 같이 편하게 쉬다 가도록하는 게 내 생각이라며
왈가왈부를 계속했지만 결론은 없다.
두 생각들이 다 일리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하지만...
영업이 목적이 아닌 소일을 목적으로 하는 내 입장에선 후자를 택하고 싶다.
그냥 황토방에서 편히 쉬었다가는 마음의 고향이 되고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