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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 될 비는 비껴가고 안 와도 될 바람만 디립다 찾아와서 곱디고운
단풍잎만 다 떨어뜨린다.
원두막에 있던 초자리 방석도 다 연못으로 날아 가 버리고...
다행히 중부지방 같이 심각한 추위와 눈이 안 내려 다행이지
까딱했으면 아직 자라고있는 김장무우 다 얼려 못 쓸 뻔 했다.
배추는 괜찮아도 무우가 얼어버리면 속에 바람이 들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전에 뽑아야하기 때문이다.
날씨 하는 폼이 본격적인 겨울채비를 서두러라고 재촉을 하는 것 같은데
더 굵어지기를 기다렸던 야콘도 미련없이 캐 보관을 해야겠다.
더 자라기를 바라는 내 욕심과 금년에는 그정도만 키우고 챙기라는
자연의 섭리 사이에서 눈치 싸움이나 하고 있는것이 서글퍼다.
다 버리려고 비우려고 들어 온 산촌이지만 내가 키운 채소에 대한 애착으로
조금 더 크고 굵고 알차게 키우고 싶은 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건
타고난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소유하기 위함도 아니면서 과정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는 습성이
때로는 허무함으로 외로움으로 그리움으로 일상을 지배하는가 보다.
때가되면 미련없이 비워야 하는데 버려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