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개 팔자가 상 팔자라더니 진짜 그렇다.
2호네 가족들이 신나게 낮잠을 즐기는 폼이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는 것 처럼 한가로운 어제 오후의 모습이다.
오늘은 병아리 눈물 만큼 내리는 이 비도 비 라고
원두막 밑에 들어가서는 심심한지 장난을 치고 난리다.
그래도 이 정도라도 비가 와 주니 천만다행으로
채소들이 생기가 확~ 돈다.
뿌리까지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았지만
잎이라도 목을 추기니 숨 넘어 갈 지경은 면했나보다.
오는 듯 마는듯 내리는 가을 비 때문인지
저승 문턱까지 갔다 온 후유증인지
납덩이 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 시간속으로 빠져든다.
살아 온 세월의 무게도 무거운데
살아 갈 세월의 짐도 가늠해야 하는 숙제까지 떠 안은 셈이니
시간 앞에 한 없이 초라 한 모습이 싫다.
그래도 내 딴에는 개 팔자 까지는 아니드라도
하고 싶은데로, 생각데로는 살고 싶었는데
이제부턴 조금은 움추려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 하기가 쉽지가 않지만
건강 챙기고 용기 잃지마시라는
님들의 고마운 격려 전화와 댓글을 볼 때 마다
다시 자연과 하나되리라는 희망의 싹을 키우는 산촌에
오늘은 감로수 같은 가을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