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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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팔자가 상 팔자라더니.... 1011.

혜 촌 2008. 10. 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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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팔자가 상 팔자라더니 진짜 그렇다.

2호네 가족들이 신나게 낮잠을 즐기는 폼이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는 것 처럼 한가로운 어제 오후의 모습이다.

 

오늘은 병아리 눈물 만큼 내리는 이 비도 비 라고

원두막 밑에 들어가서는 심심한지 장난을 치고 난리다.

 

그래도 이 정도라도 비가 와 주니 천만다행으로

채소들이 생기가 확~ 돈다.

뿌리까지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았지만

잎이라도 목을 추기니 숨 넘어 갈 지경은 면했나보다.

 

오는 듯 마는듯 내리는 가을 비 때문인지

저승 문턱까지 갔다 온 후유증인지

납덩이 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 시간속으로 빠져든다.

 

살아 온 세월의 무게도 무거운데

살아 갈 세월의 짐도 가늠해야 하는 숙제까지 떠 안은 셈이니

시간 앞에 한 없이 초라 한 모습이 싫다.

 

그래도 내 딴에는 개 팔자 까지는 아니드라도

하고 싶은데로, 생각데로는 살고 싶었는데

이제부턴 조금은 움추려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 하기가 쉽지가 않지만

 

건강 챙기고 용기 잃지마시라는

님들의 고마운 격려 전화와 댓글을 볼 때 마다

다시 자연과 하나되리라는 희망의 싹을 키우는 산촌에

오늘은 감로수 같은 가을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