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가을을 만들어 간다.
동네 할머니들이 다 줏어 간 뒤 끝을 어슬렁거리며 한바퀴 돌았더니
그새 떨어 진 늦밤들이 알몸으로 화로에 올랐다.
산촌일기 1000회를 축하한다며 케익과 샴페인을 사 들고 찾아 온 님들.....
따로 특별히 대접할 것 없는 산촌이라 군밤을 선택한 것이다.
미리 잡아다 빨갛게 볶아 둔 메뚜기에 나무에 달린 채 까치밥이 되려는 홍시와 함께.
값어치로 치면 보잘 것 없지만 이른바 초 자연산 먹거리다.
맛과 향과 원두막 분위기에다 날씨까지 일조를 해 준 손님대접에
이 혜촌이 가지고 있는 마음까지 보탰으니.....
함께 할 수 없는 분위기라 근처까지 오신 님을 그냥 보낸게 못내 아쉽지만.
갓 주워 온 생 밤에 칼집을 넣고 화롯불 피워 군밤을 굽듯이
산촌에선 가을을 만들어 간다.
오늘도 소중한 삶의 한 조각을 예쁘게 만들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