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日記

밤 길 조심해 가라고....

혜 촌 2020. 12. 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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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야!

웬만하면 더 있어달라며 안 보낼 건데

네가 먼저 떠나 준다니 내가 잡지는 않겠다.

 

떠나는 마당에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니도 좀 너무했다 싶기는 할 거다.

어지간히 욕 많이 보였다 아이가....

 

나도 뭐 크게 잘한 거는 없지만

니는 올 초부터 너무 심했지 코로난지 뭔지

그놈을 데리고 와서는 온 동네 사람들을

여기도 가지 마라. 저기도 가지 마라. 낯선 사람 만나지도 마라.

하다 하다 안되니깐 영화도 보지 마라. 밥도 먹지 마라....

 

아예 최근에는 뭐 네 사람 이상 모이지도 마라?

이러고도 네가 안 간다 했으면 내가 쫓아낼 생각이었다.

니도 쥐꼬리만 한 양심은 살아있었나 보다.

 

여름에 두 달 가까이 태풍을 세 번이나 불러

온 집안에 분탕질을 한 거 생각하면 치가 떨리지만

그래도 한 해 같이 살았다고 내가 참고 보내준다.

 

경자(庚子)야!....

잘 가거라! 어디 가더라도 남한테 폐 안 끼치고

욕먹을 짓은 좀 하지 말고 살아라.

그래도 같이 산 정(情)으로 하트 등불은 켜 준다.

 밤 길 조심해 가라고....